201611대만 여행 2탄 _지우펀으로
대만에서의 둘째 날!
호텔 침대에서 아침 늦게까지 충분히 뒹구는 여유를 부리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하루 숙박하고 다시 돌아올 여정이라
가져갈 옷가지 몇 벌과 나의 소중한 비건식량, 화장품만 챙기고
어제 오자마자 풀어해친 큰 짐꾸러미는
고이고이 정리해서 호텔 로비에 맡기고 길을 나섰다
오늘의 메인 여행지인 지우펀으로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지인에게 소개받은 타이베이의 또 다른 비건채식식당에 들렀다
제대로 된 대만음식을 비건으로 먹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런데...
메뉴가 전부 한자...
게다가 식당 내 서빙하시는 직원 분 모두 영어 불가...
그래서 지인분이 먹었다던 사진만 보고 세 가지 메뉴를 시켰다.
처음 두 가지는 그릇을 싹싹 다 비울 정도로 친구와 내 입맛에 완전 안성맞춤!
그러나...
세 번째 메뉴는... 텁텁한 식감에 딱히 아무 맛도 안나는 정체불명의 식재료..
사진은 제일 제대로 찍었건만... 여기엔 올리지 않으리...
영어를 이해하시는 직원 분이 한 분만 계셨어도
우리가 원했던 맛의 소스 하나만 추가했어도
억울해하며 먹지 않을 수 있었는데... ㅜ.ㅠ
대만여행을 계획하면서 갈 곳으로 지우펀을 찜했을 때
친구가 타이베이에서 지우펀까지 거리(1시간 30분 정도)도 있고
'지우펀의 기억(記憶九份 Memory Jiufen)'이란 숙소에서 꼭 묵어보자고 해서
항공티켓과 거의 동시에 예약을 했더랬다
보통은 지우펀 내 숙박시설이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 곳이 꽤 유명한 숙소라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었는데
11월이 비성수기라 우리가 일정에 딱 맞춰 하루 묵을 수 있었다
(네이버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평소 잘 사용하지도 않는 LINE 메신저를 통해 직접 주인 분을 만나 예약을 했었는데
처음엔 좀 귀찮았지만 나중엔 그것도 참 인상적인 추억으로 남더라)
타이베이에서 지우펀까지는 고속버스가 있는데
하필 이 날 비가 와서 짐이 있는 우리로선 걸어다니기도 불편한데다
숙소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아
'지우펀의 기억' 주인 분이 LINE을 통해 주셨던 사진 속 숙소 간판을 찾았을 때
여간 반갑운 게 아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우릴 반기셨는데 참 정 많아 보이는 귀여운 모습의 대만 아주머니셨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됐었고
오래전 본방사수까지 하며 즐겨봤던 드라마 <온에어>에도 나오고
tvn <꽃보다 할배 대만편>까지 등장했던
지.우.펀. 인지라
한국에서부터 기대하고 있던 곳이었다!!
숙소 구경 후 짐을 풀고 나니 이미 어둑어둑해진 시간이라
저녁식사를 위해 친구는 밖으로 식당을 찾아 나갔고
난 숙소 안에서 바리바리 싸온 비건식량을 꺼내
각자 혼밥 스타일로 한 끼를 채우고 나서
드뎌 고대하던 지우펀 거기 구경을 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되어 늦어지다 보니
적지 않은 가게들이 문을 닫기도 했고
꽤 유명한 찻집은 이미 사람들로 만원이어서 자리를 차지할 순 없었다
결국 겨우 찾아들어간 찻집에서 시킨 망고주스는
오리지널 과일을 갈아낸 맛이 아닌 시중에 편의점 같은데서 판매하는 주스맛 ㅠ.ㅜ
거기다 비까지 추적추적_ 젖은 옷깃에 마음까지 추리해지는_
숙소로 돌아와
그 아늑함에 안정감을 되찾고서야 다시 지우펀을 만끽하고 있었다
밤새 내린 비로
다음 날 아침 창밖은,
아직 날이 개진 않았지만 나름의 절경을 자랑했다
그래서 서둘러 나가 바깥 구경을 더 하려는 대신
친구와 난 집 안에서 지우펀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즐겼다
그렇게 지우펀은 나에게
배경보다는 분위기로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꼭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점심 때 쯤 타이베이로 돌아와 첫 날 들렀던 광푸 러빙헛으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른 채식식당을 갈 거였는데
처음 먹었던 음식이 너무 맛나서 꼭 다시 오리라는 각오를 다지고
계획까지 바꿔 다시 찾았다
그런데, 그런데
아니,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푯말과 함께 철망문으로 닫쳐 있는 것이다!
정말 이럴 때 하늘이 무너진다고 하는 건가?!
허참내참거참
친구와 내가 문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바로 그 때,
철망문이 스르르 열리며 한 천사 분이 나타나 우릴 구원해주셨다
멀리 한국에서까지 와서 이렇게 가시면 안될 거 같다며
그 소중한 휴식시간까지 내시어
그것도 우리가 원하는 메뉴를 주문받아 주셨다!!!
아~ 정말 하늘의 은총이란 이런 것!!
그렇게 우린 저 귀한 은총 어린 요리들을 정말 말끔히 먹어치웠다
광푸 러빙헛, 정말 정말 지금까지도 감사의 마음이 무한 샘솟는돠아~~
(브레이크 타임 시간에 홀 전등은 꺼 둔 채 우리만 손님으로 받아 주셔서
사진 조명이 좀 어두움)
대만은 참 묘한 매력과 포근한 다정함이 공존하는
잠깐의 여행이 아닌
몇 개월이고 몇 년이고 한 번은 꼭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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