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시 채식식당 부다짜이Buddha Chay
메콩강 투어를 하는 동안에도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했건만 아침식사 이후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탓에 저녁시간이 되니 무척이나 배가 고팠다. 메콩강에 타고왔던 그랩 택시를 그대로 타고 우린 저녁식사를 위해 가려고 했던 호치민 시내에 위치한 러빙헛 비건키친점(Lovinghut Vegan Kitchen)으로 향했다. 그런데 공사중;;; 베트남에 오기 전 SNS에서 한 달 전 쯤 오픈한 걸 확인하고 갔던 터라 좀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러빙헛 중에서도 비건키친점으로 가려고 했던 건 베트남에서 매우 유명한 가수이며 2014년 MAMA(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안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 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호 꾸인 흐엉(Ho Quynh Huong)님이 오픈한 비건 식당이기 때문이다~ 이 가수를 내가 처음 본 건 2012년 미국 LA 파사데나 공연장의 뮤지컬 '사일러트 티어즈Silent Tears'를 통해서였다. 이 공연은 전세계 16개국의 가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개인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는영적인 깨달음이 필요하다'란 주제로 각 나라의 특색있는 노래를 선보인 자리였다. 그때 노래부르던 호 꾸인 흐엉 가수의 모습을 보고 참 감명받았었는데 마침 호치민에 그녀가 운영하는 식당이 오픈했다 하여 더욱 가보기를 고대했었다. 실망하던 차에 다시 알아보니 그녀가 이미 작년에 '비건 키친'이란 브랜드명으로 오픈한 다른 식당이 있다고 해서 다음날 가보기로 했다.
호치민 시 비건전문 식당 러빙헛 비건키친점(공사 중)
그리고 향한 곳은 가이드 친구의 오빠가 추천해준 '부다 짜이Buddha Chay'란 곳이었다. 이 곳도 베트남의 한 가수가 오픈한 채식식당이라는데 독실한 불교인으로 이런 채식식당을 열게 되었다고- Vegan식당이 아니고 Vegetarian식당이기 때문에 메뉴를 주문할 때 우유나 꿀, 계란 등의 유무를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호치민에서 이틀 째 음식을 먹으면서 느낀 점은 대부분의 음식이 단 맛이 난다는 점! 하노이는 담백하고 다채로운 음식맛이 특징이었다면 호치민은 아무래도 베트남 남부로 더 더운 지방이라 그런 것 같다고 가이드 친구가 말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가는 길에 걸어가려다 처음으로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탔다. 나까지 포함해서 일행 수가 5명이라 우린 별 걱정없이 타긴했는데 베트남 택시를 타고 돈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베트남 택시 관련 정보는 '베트남 비건투어6' 포스팅 참고!) 가는 도중에 호텔 근처에 빙수집이 있다고 해서 잠시 들러 테이크아웃으로 사서 들고와 마셨다. 하노이에서 먹었던 베트남 빙수와 비슷한데 녹두와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것도 있고 종류가 몇 가지 있었다. 그 빙수집이 Vegan비건 전문이 아니라서 비건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 또는 성분을 골라 주문해온 것이었다. 아쉽게도 그 가게 이름을 챙기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우린 전 날 메콩강에 가면서 들렀던 식당에서 미리 주문해둔 비건 반미를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받아 룸에서 편하고 맛나게 먹었다. 콩햄부터 채소로 속을 알차게 채운 이번 비건 반미는 양념이 살짝 달고 강한 편이라서 먹으면서도 커피같은 음료수로 입가심이 필요했다. 평소 먹는 양이 많지 않은 우리가 그동안 너무 먹방으로 달렸더니 먹는 것도 지쳐서 호찌민에 와서는 하루에 두 끼 정도를 먹기로 했다. 중간에 출출하면 간식을 먹어도 되니까~ 그래서 이 날 도 오전 내내 좀 여유를 부리다가 점심 때가 되어서야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했다는 벤탄시장(Chợ Bến Thành)으로 향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큰 널찍한 공원을 지나서 다시 큰 도로에 이르렀는데 앞서가던 가이드 친구가 갑자기 부른다. 씨클로를 타자는 것이다! 베트남에 가면 한 번 쯤 타게 된다는 씨클로를 우린 궂이 찾아다니진 않았지만 이렇게 만나니 타보는 경험을 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베트남의 씨클로는 영어 'cycle'의 베트남식 발음으로 모양은 삼륜 자전거형이다. 아주 오래전 베트남 영화 '씨클로(1995)'를 보고 씨클로에 대한 인상이 남달랐던 나는 사실 씨클로를 그닥 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걸어가면서 구경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해서-
tvN 짠내투어에 등장했던 하노이 씨클로
프랑스 식민지 시절 호찌민 시에 세워진 노트르담 대성당
벤탄시장 입구
여튼 우리가 타려는 씨클로는 1인용이라 한 명씩 올라앉았다. 씨클로를 타고 호찌민 시의 번화가를 지나 벤탄시장에 이르는데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도중에 베트남에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제일 높다던 비텍스코 빌딩(Bitexco Financial Tower)도 지나갔다.(지금은 '랜드마크 81'이란 더 높은 건물이 들어섰다고) 막상 씨클로를 타고보니 그만한 거리를 걸어서 관광했더라면 조금 힘들었을 거란 생각도 들고 곳곳에 대한 이름을 잘 알지 못했을 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호찌민 시에서 자동차보다 많은 오토바이의 매연이 씨클로를 타니 더 적나라하게 코끝에 와닿아서 숨은 편히 쉬지 못했지만 여튼 타볼만한 일이었다. 또한 벤탄시장이 호찌민에서 가장 핫한 플레이스라고 했던 이유를 씨클로를 타니 더 알 것도 같았다. 이미 시장 주변이 굉장한 번화가로 볼거리가 많았던 것! 호찌민에 가기 전 일행 중 한 친구가 먼저 알려줬던 '카페 아파트(The Cafe Aprtments)'도 씨클로를 타고가면서 발견~ 카페 아파트라고 했지만 카페 말고도 옷가게와 네일 가게 등도 있다고 한다.
벤탄시장에서 사 마신 사탕수수 주스
벤탄시장에서 사서 마신 베트남 빙수 쩨
벤탄시장 내부
이렇게 씨클로 투어를 마치고 드디어 벤탄시장에 입성! 벤탄시장은 호찌민에 올 때부터 고대하던 곳이었다. 베트남에 와서 신선하고 맛난 열대 과일과 채소가 풍요롭고 물가가 싼 걸 보고 시장가면 살 게 많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베트남스러운 티를 하나 덥썩 구매했다. 그런데 돌아다니다 보니 급 지쳐서 가이드 친구가 아들이 좋아해서 산다는 건망고 가게에 같이 서 있다 내가 베트남 오면 꼭 사고 싶었던 연자육 튀긴 걸 1kg 구매했다. 연자육은 연꽃 씨로 연꽃의 나라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튀겨서 간식처럼 먹기도 하지만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베트남에 와서 먹었던 빙수에도 연자육이 꼭 들어가 있는데 빙수에 들어있는 연자육은 식감이 꼭 밤같다. 그러고 나서 벤탄 시장내에 위치한 음료가게에 들러 우리 일행은 베트남 빙수와 망고 주스 등을 사먹었는데 난 드디어 사탕수수 주스를 마셔보았다! 전에 대만에 가서도, 이번에 베트남에 와서도 그간 말로만 들었던 사탕수수 주스를!!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단맛에 상큼함이 더해진 사탕수수 주스는 그야말로 누구나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 맛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베트남 전통옷인 아오자이를 만들어주는 옷감가게를 찾았다. 일행 중에 베트남 현지에서 아이오자이를 꼭 맞추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어서- 벤탄시장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색감과 패턴 디자인의 옷감을 고르고 치수를 재어 서너 시간 안에 맞춤 아이자이를 만들어주는 가게들이 있다. 그런데 가격은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 정도면 된다! 그리고 옷감 중에 보면 'made in Korea'가 꽤 있다~ 나도 한 벌 맞추려다가 당장 입을 일도 없고 베트남에 또 올 거니까 라면서 다음으로 미뤘다. 옷까지 맞추고 나서 우린 저녁식사를 위해 드디어 '비건 키친Vegan Kitchen'으로 고고씽~ 친구 둘이 맞춘 아오자이는 내일 아침 우리 숙소로 배달해주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다! 벤탄 시장 내에서 탐스럽고도 싱싱해보였던 다채로운 과일을 보고도 왜 살 생각을 못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넘나 후회가 된다~~ 그 외에도 쇼핑을 벼뤘던 것에 비해 그 넓은 곳을 다 돌아다니지 못하고 별 득템없이 온 벤탄시장- 어쩜 그래서 다음에 한 번 더 가볼 만한 핑계가 되려나?! 그래, 어차피 호찌민은 꼭 다시 가려고 한 곳이니.